게임 잼 프로토타입 '토르의 해머타임' 회고


일주일에 게임 하나 만들기 게임 잼에 참여하면서  만든 "프로토타입" 토르의 해머타임의 제작을 회고해보려고 한다. 가능한 매번 잼 할 때마다 써보고 싶다.

잼 진행 기간은 일주일이지만 이 프로토타입의 제작 자체는 주로 주말 이틀 동안  진행됐다. 제작에는 고도 엔진(Godot Engine)을 사용했다.

시작: 미사일에서 번개로

기본은 80년대 아케이드 게임 클론을 만들자는 발상이었다. 한 화면, 한 세션, 하나 혹은 몇 개 정도의 메커닉으로 진행되는 당시 게임들 특성 상 게임 잼으로 적합하고 경험을 쌓기에도 좋다고 생각했다. 흔히 사람들이 게임 제작 경험에 이런 클론 제작을 권하는 것도, 이 게임 잼 주최자인 sungkukshawnpark님이 그동안 잼을 진행하며 그런 게임을 여럿 만든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어떤 아케이드 게임 클론을 만들까,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처음 결정한 것은 미사일 커맨드였다. 일단 80년대 아케이드 게임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게임이다. 날아가고 떨어지는 미사일의 궤적 표현, 궤도를 예상하고 탄약을 절약해야 하는 게임플레이 등, 만드는 게 재미있을 것 같았다. 새로운 플레이어 무기 타입을 추가하는 등 더 복잡하게 만들려는 유혹에 잠시 빠졌지만 금세 정신을 차렸다. (어쩌면 못 차렸다. 이하 내용 참고. )

그렇게 미사일의 궤적 표현을 구현하면서 이것저것 시험해보던 중이었다.  어느 순간 궤적이 마치 번개처럼 보이기 시작했고, 아예 번개를 쏘는 게임을 만들면 재밌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 토르와 그의 망치 묠니르 테마로 생각이 이어지면서 금세 전환을 결정했다. 토르가 몰려오는 좀비(아니면 뭐 비슷한 인간형 괴물)들을 번개로 쏴 물리치는 게임.

큰 틀(몰려오는 무언가를 쏴 맞힌다)은 미사일 커맨드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클론이 아닌 "새로운" 게임이란 점이 매력이었다. 어떻게 보면 보다 단순한 게임 시스템으로 바뀌게 되기도 했다.

그런데 돌아보면 캐릭터가 하나도 없는 게임에서 캐릭터들이 있는 게임으로 전환한다는 점을 좀 더 신중하게 생각했어야 했다.

전환이 결정된 후 1일차 결과

회고

만들어진 게임에 대한 자체 평가와 함께 제작 회고를 해보겠다.

게임플레이

기본적으로 의도한 게임 흐름은 이렇다.

"지상으로 기어오는 좀비들을 번개로 쏴서 물리친다. 하지만 몰려오는 좀비 수가 점점 늘어나 플레이어에게 벅찰 정도가 되고 하나 둘 지상(?)으로 올라오기 시작한다. 올라온 좀비들은 번개 쏘기가 아니라 묠니르를 던져서 물리친다. 계속 좀비 수가 늘어나면서 플레이어는 아래서 몰려오는 좀비와 좌우에서 걸어오는 좀비 양쪽을 신경 쓰며 혼전을 펼친다. 싸움은 플레이어 캐릭터가 죽을 때까지 계속 된다."

결과적으로 나온 프로토타입에 위에 언급된 요소들은 다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저 흐름이 기대하는 흥분감 있는 게임플레이가 되었냐 하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뼈대만 존재한다.

무엇보다 아래 그래픽 부분에서 언급할 일들에 시간을 쓰면서 정작 게임 전반 흐름과 관련된 부분에 신경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게임 잼 프로토타입에서 다듬어진 경험을 만들려는 것은 아니지만, 게임 흐름을 살리는 데 필요한데 시간 상 구현하지 못한 부분들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 페이스 조절 요소들: 좀비 물량 조절 (프로토타입에는 아주 단순한 공식으로 구현되어 있다), 빠른 좀비와 느린 좀비 비율 조절 (프로토타입에선 그냥 랜덤), 좀비 스폰 위치 관리 (역시 프로토타입에선 랜덤)
  • 돌발적 요소들: 가끔 플레이어 옆으로 날아와 주의를 분산시키는 괴물새

테스트와 밸런스 고려도 거의 없었다. 게임 제출 이후 조금 플레이를 해봐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허점과 고려해야 할 요소들도 여럿 있었다. 번개가 너무 강하다든가, 번개와 던지기의 차별 요소가 더 필요하다든가. 한쪽 구석에 박혀서 던지기만 누르면 좀비가 알아서 찾아오고 절대 죽지 않는 얍삽이도 있다.

게임플레이 못지 않게 중요한 게임 외적인 요소들,  타이틀, 게임 오버 후 리스타트 등 기본적인 부분들을 구현할 시간이 없었다는 점도 아쉽다.

그래픽

80년대 아케이드 게임 클론이라는 발상에 걸맞게 처음부터 적은 색상, 저해상도 표현을 의도했다.

토르해머의 게임 렌더링 해상도는 320*180이고 실제 게임플레이 시에는 더 큰 해상도로 스케일업된다. (고전 게임 경험의 충실한 재현이라면 아마 4:3이나 그 비슷한 화면비로 가야 하겠지만, 여기선 게임플레이 공간을 와이드로 만들고 싶었다.) '픽셀 퍼펙트'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고해상도에 픽셀 아트를 확대해서 레트로 느낌을 내는 방식은 피했다.

픽셀 아트를 확대해 고해상도에서 렌더링하는 방식과 그래픽 애셋과 렌더링 픽셀 비율을 유지하는 방식(픽셀 퍼펙트)을 잘 보여주는 그림. (출처,  참고로 출처 글은 번역하고 있다. 아마 개인 블로그에 올릴 것 같다.)

그런데 캐릭터 그래픽은 픽셀 아트 스프라이트가 아닌 벡터 데이터를 사용한다.

고도 엔진 에디터에서 본 모습. 고도가 기본으로 제공하는 Polygon2D 노드를 사용한다. 모양을 얼마든지 축소하거나 확대할 수 있다.


실제 게임에서 '래스터라이징'된 모습과 애니메이션. (색상 차이는 이 과정과 관계 없다.) 저해상도로 렌더링된 이미지를 업스케일하기 때문에 '픽셀이 회전'하거나 하는 일은 없다. 하지만 손수 공들여 찍은 스프라이트라면 끽지 않을 픽셀이 '찍히는' 모습이 간혹 보이기도 한다.

이런 방식을 쓴 계기는 간단하다. 픽셀 아트 같은 느낌을 내면서 실제 픽셀 아트 애니메이션을 그리고 싶지는 않았기 (잘 그릴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토르해머에서는 저 도형들을 이동하고 회전해서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아티스트가 공들여 그린 픽셀 아트처럼 세심한 픽셀 배치는 어렵겠지만 꽤 효율적(?)이면서 괜찮은 결과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더 복잡한 그림과 애니메이션에서의 활용도 앞으로 탐구해보고 싶은 부분이다.

T 자세를 한 좀비.
효율적인 작업을 위해서라고 했지만 얼마 되지 않는 게임 잼 작업 시간을 고려했을 때 애니메이션에 필요 이상으로 공을 들이고 시행착오의 반복이 너무 많은 시간을 잡아먹었다는 점은 반성할 부분이다. (좀비가 걷는 애니메이션의 허접함을 보았다면 어디에 공을 들였나 싶겠지만 그 역시 다른 애니메이션이 잡아먹은 시간의 결과다.) 결과적으로 상술한 게임플레이 작업 시간 부족을 가져왔다.

공을 들인다면 게임플레이를 살려줄 수 있는 액션 표현에 공을 좀 더 들였으면 어땠을까도 싶다.

사운드

작업량 비중이 그리 크지도 않으면서도 아마 가장 급하게 만들어진 부분이 아닐까 싶다.

게임 시작 시 간단한 멜로디(?)는 레트로 음악 제작 프로그램 Bosca Ceoil로 노트를 대충 찍어 만들었다. 귀에 착 감기는 레트로 음악을 만들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애석하게도 그런 능력은 없다.

효과음들은 레트로 효과음 제작 프로그램인 LabChirp으로 생성했다. 지금 효과음들이 썩 만족스럽진 않다. 시간이 더 있었다면 좀 더 세심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결론

결과적으로 그래픽 표현을 실험해보는 부분에 있어서는 재미있었고 유익했다고 할 수 있지만, 게임플레이의 가능성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 컨셉 자체가 마음에 들기 때문에 나중에 완성된 게임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다음 게임 잼 역시 80년대 아케이드 게임 클론을 계속하지 않을까 싶은데, 캐릭터 없는 혹은 캐릭터가 훨씬 단순한 게임을 해봐야겠다 싶다.

Get Thor's HammerTime! (jam prototy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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